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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중부일보] 4대째 안성주물 이어온 '김종훈·김성태 父子'
    작성자 허회욱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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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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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783

    증조부가 들었던 그 쇠망치…100년 거쳐 증손자 손으로

      
     

    흰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안성에 위치한 안성주물에서는 쇳물녹이는 작업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었다.

    쇳물을 녹이는 대형 용광로에서는 벌건 쇳물이 흐르고 있었고, 인부들은 쇳물을 받아 가마솥 틀에 넣는 작업을 진행했다.

    1천400도가 넘는 쇳물, 대형 가마솥 틀, 성인 여성 팔뚝만한 쇠망치를 가지고 가마솥을 만드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쇳물을 나르고, 쇳물을 틀에 붓고, 틀에서 가마솥을 분리하고, 작업이 끝난 가마솥 틀에 흑연을 바르고, 모두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언뜻 보면 각자 다른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무엇보다 협업이 중요한 작업이었다.

    가마솥을 만드는 일은 1910년, 그러니까 자그마치 100여년전 지금의 김성태(51) 안성주물 대표의 증조부로부터 시작된 가업이다.

    김 대표의 아버지이자 경기도무형문화재 45호 김종훈(84) 주물장은 지금까지 김 대표를 도와 주물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아들과 아버지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 4대가 이어온 안성주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4대에 걸쳐 내려온 가업

    안성주물의 역사는 19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주물장의 할아버지 김대선 씨가 놋쇠로 유명한 안성으로 이사와 유기공장에서 놋쇠 다루는 일을 하다 독립 가마솥을 만들면서부터 김씨 가문과 가마솥의 인연이 시작됐다.

    뒤를 이어 김 주물장의 아버지 김순성 씨가 1924년 주물공장을 세웠고, 월 20여개의 가마솥을 만들면서 기반을 다졌다.

    김 주물장은 “할아버님이 식구들 호구지책을 위해 안성으로 이사 오셨지. 그 당시 안성에 유기공장이 많았어. 거기서 일을 하시다가 무쇠로 쟁기를 만들고 소죽솥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셨지. 그것이 이 주물공장의 시효라고 보면 돼.”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 일을 돕던 김 주물장은 22세이던 1953년 가업을 이어받는다. 고되고 힘든 일인 만큼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3년 경기도 으뜸이로, 2006년 경기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김 주물장은 “어려운 점도 많았지. 가마솥을 필요로 하는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잠시 일을 쉴 때도 있었어. 그런데 쉽게 손이 놔지지 않더라고. 그 배고프고 쌀이 귀할 때 우리 식구들 밥 먹여 살려준 가마솥이니까.”

    현재는 김 주물장의 아들 김 대표가 안성주물을 이어 받아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2009년 김 주물장의 뒤를 이어 전수자로 지정됐다. 처음엔 김 주물장도 김 대표가 가업에 뛰어드는 것을 반대했다.

    김 주물장은 “아니, 멀쩡한 대학 그만두고 주물일 한다는데 누가 안 말리겠어. 이 일이 보통 고된 일이 아니니까. 또 옛날 같지 않으니 걱정도 많이 됐지. 그런데 제법 잘하더라고. 이제는 든든하고 자랑스럽지.”

    김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은 데는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이 작업현장이 저에게는 집이고, 놀이터였죠, 별의별 물건이 다 있잖아요. 자란 후에는 서울로, 지방으로 전국 방방곡곡으로 아버지를 따라 물건을 납품하러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공장 일을 배웠던 거죠.”

    그렇게 100여년이 흘렀다. 증조부가 두들기던 쇠망치가 이제는 증손자의 손에 쥐어있는 것이다.

      
     

    #명품(名品)을 만들다.

    안성주물은 포스코에서 선철을 구입해 전기용광로가 아닌 전통용광로를 이용해 주물을 제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은 현대적인 전기용광로를 많이들 사용하고 있지만 저희는 전통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기용광로는 고철과 귀소철을 배합해 탄소의 함유량을 맞춥니다. 그러니까 순수한 쇠가 아니라고 보면 되죠. 심지어 중금속이 섞인 수입 고철을 가져다 쓰는 경우도 있죠. 반면 바람을 이용해 무쇠를 녹이는 전통용광로 방식으로는 선철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식기 위주의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안정성을 위해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죠. 전통이 있기 때문에 현대적인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만큼 제품의 완성도는 뛰어나다. 또 순수 무쇠를 사용하는 만큼 안정성은 말할 것도 없다. 2006년에는 보다 싸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공금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중간 마진을 없애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했죠. 그 당시만 해도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가마솥을 통신판매 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했을 때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퍼지더라고요.”

    또 주물제품을 실생활에 쓰일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하면서 주물제품을 대중화 시켰다. 여기에는 김 대표의 아내 허회욱(46)씨도 한몫했다.

    이미 안성주물에는 대형 가마솥 말고도 미니 가마솥, 소형 뚝배기, 무쇠냄비, 전골냄비, 양수냄비, 스테이크판, 볶음불판, 궁중프라이팬, 소형프라이팬, 절구 등 100여 가지가 넘는 주물 제품들이 있다. 모두 허회욱 씨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물건들. 이중 미니 가마솥은 밥을 할 때 물이 넘쳐 영양이 손실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솥뚜껑이 안쪽으로 들어가도록 해 실용특허를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아이디어는 아내에게 많이 얻습니다.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은 주부이다 보니, 아내가 직접 사용해 보고 개선할 점 등을 이야기 해주죠. 그래서 많은 주물을 개발하게 됐고 계속해서 제품의 단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품의 인기로 백화점의 입점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당당히 거절했다.

    김 대표는 “온라인상에서 5만원 하던 미니 가마솥이 백화점에 들어가면 15만원이 되죠. 물론 저희야 하나라도 더 팔면 좋지만 사는 사람들은 속이 아프지 않겠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한쪽에서 5만원에 팔던 것을 다른 쪽에서 15만원을 받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백화점에는 납품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렇게 전통방식에 대중화와 다양화를 접목해 안성주물을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에 양심이라는 것을 더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노력으로 온라인의 상의 각종 블로그에는 안성주물 제품을 사용하는 주부들이 올린 후기가 공유되면서 믿을 수 있고 품질 좋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제는 사람들이 알아서 안성주물을 찾아오고 그의 제품을 믿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김 대표에게도 몇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안성주물의 가업을 이어나갈 기술자들이 없다는 것. 현재 공장에는 8명의 기술자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40~50년 경력을 가졌다. 안성주물의 또 다른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언젠가는 은퇴할 날이 올 것이다.

    김 대표는 “언젠가 이분들도 은퇴할 때가 오겠죠. 이분들을 대체 할 수 있는 것은 사람 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어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또 이 문제가 앞으로 제가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고요.”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도 아쉽다.

    김 대표는 “조달청의 최저입찰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가장 싼 것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품질이 불량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학교나 군대의 급식소에서 저품질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이런 부분들이 아쉽습니다.”

    4대에 걸쳐 되물림되는 장인정신의 자부심과 최고의 기술력으로 만들어 지는 안성주물. 이것이야 말로 명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진정한 명품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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